Sunday, August 10, 2008

why here?

건축학과 인간들과 얽히다보니 재미난 꼬마 친구를 하나 알게 됐다. 진영이라고, 아버지 건축-중에서도 virtual space - 엄마 미술의 가정ground(?)를 가진 스무살 대학 3학년. 모교 교수인 아버지가 떠나신 후 저 혼자 샌프란 좀 보고 놀고 간다고 우리집에 잠시 있게 되었어. 아마 내가 하는 것 같은 전공을 하고싶은 모양이다. 음악을 좋아해서 밴드 포지션 보컬. 내성적인 얼굴. 나이 차이가 나는 데도 금방 친해졌다. 진영인 피식피식 웃으면서 거의 나와 살고싶어하는 것 같다. 그 참... 녀석. 이 누님이 자신보다 열 살도 넘는 누님이시건만 첫째라 그런가... 하는 짓이 꼭 내 동생 석규같다. 제가 나를 보살피려든다. 저녁에 오무라이스와 오뎅탕을 끓여서 먹고있는데 문득 진영이가 물었다. "누나" "응?" "누나는 미국 계속 살고 싶어요? 아니면 한국 돌아가서 살고 싶어요? 미국 평생 살라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?" "글쎄... 걍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? 엄마아빠가 보고싶긴 한데... 부모님도 왔다갔다 하실 수만 있으면... 뭐 못 살것도 없지. 한국 가서 할 수 있는 재밌는 일도 있으니까 나중엔 가고싶으려나.. 몰라. 봐서. 왜? " " 그냥요. 그럼 외국 사람이랑 결혼을 할 수 도 있을 거 같아요?" "글쎄... 한국말을 못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...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면- 흠... 사람 따라 다르겠지 뭐. " (...) "누나는 죽으면요" "응?" "ㅎㅎ 매장하고 싶어요 화장하고 싶어요? " "응? ㅎㅎ 뭐 상관없을 것 같은데.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하지않을까?"

말하다 보니 내가 말해놓고도 내가 좀 우스운 것 같다. 뭐랄까... 지금 여기서 east-timor 다큐를 만들고 있는 나는 대체 뭘까 싶다고나. 왜 여기냐. 어떤 사람과 살거냐. 어떤 죽음이냐. 그런 질문 앞에 졸지에 꼬맹이 덕에 서고보니 나라는 사람이 참 웃긴다. 진영이는 또 물었다. "그럼 죽으면 왜 몇 줄 쓰는 거 있잖아요. 거긴 뭐라고 썼으면 좋겠어요?" "묘비에 쓰는 거?" "음. 예." " - 에-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썼으면 좋겠는데?" "- 사랑받은 사람?" "뭐 사랑도 받고 사랑도 하고." "왜요" "왜? - ㅎㅎ 무슨 사업체가 컸다 뭐 그런 건 아닌 거 같고. 누구누구의 어머니 -뭐 좋겠지만 어머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애는 자기가 크는 거니 것도 아닌 거 같고 - 무슨 훌륭한 아티스트 그건 됐어. ㅎㅎ 뭐 딴 거 있나? "

얼결에 말하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. 왜 east-timor냐 하는 질문은 중요하지 않을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. 중요한 건 내가 그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냐 하는 걸 꺼다. - 사랑. 은 아니라도 아파 누워있는 사람에게 따뜻하게 손 한 번 이라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냐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. 썬이 올려둔 싱가폴의 어설픈 missionary 영상을 보면서 문득 어떤 친구가 생각났다. 의사였던 그는 그 피곤한 인턴 시절에도 자신이 배정받은 중환자 침대 옆에 앉아 밤을 새며 그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다 졸다 잠들곤 했던 바보같은 사람이었다.

나의 한숨은 사랑없는 나를 위한 한숨이다.
바보처럼 사랑많던 내 친구. 그를 생각하며 나에게도 기도하는 마음을 허락해 주셨으면 하고. 사랑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셨으면 하고.

1 comment:

sun said...

언니의 글을 읽고 나란 사람은 참 이기적이란 사람이라 느꼈다. 언니 처럼 사람을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고민하지도 않을 뿐더러 지금 내 삶에 존재하는 사람들 이외에 다른 사람들을 내 삶에 들여 오기도 귀찮다. 긍휼함...전에는 그런것도 생각하며 살았는데 (말이야. 말이야),) 지금은 나 혼자 사느라 바쁜것 같다. 뉴스도 한번씩 봐주며 이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워야 할텐데 도무지...